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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풍경①-30년 전 부엌살림

  • 김복영(사진작가)
  • 2020-12-07 오전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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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영 

 
30여 년 전 임하댐이 지어질 때 수몰지역에서 찍은 농가의 정지, 그러니까 부엌의 모습이다. 부엌은 주부들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곳으로, 당시 불 때서 밥하고 국 끓이며 가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정성을 쏟는 공간이었다.

사진으로만 남은 30여 년 전 농촌의 부엌 전경을 보면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그간의 변화에 적잖이 놀라게 된다. 물리적인 시간으로 보면 그때쯤 태어난 아기가 서른살 안팎으로 성장하여 짝을 이루고 신접살림을 차릴 때가 되었으니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 지났지만, 우리가 무의식으로 받아들인 변화를 돌아보면 그보다 더한 속도감을 느끼게 된다.
 

 ⓒ김복영

 

ⓒ김복영

 

부엌에 큰 독을 묻어 밖에서 길러온 물을 저장하여 겨울에는 얼지 않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식수로 쓸 수 있던 두멍. 요즘 가정의 냉장고만큼 긴요했던 두멍 또한 이제 실생활에서는 다시 볼 수 없는 것 중 하나이다. 개화된 집이야 마당에 뽐뿌펌프를 놓았지만 그렇지 못한 집은 한 지게씩 소중히 물을 옮겨 담았다. 두멍을 묻어뒀던 부엌은 정수기가 놓인 주방으로 진화했고 부엌살림 또한 요즘 세대들에게는 생활사박물관에나가야 볼 수 있는 진기한 것들이 되었다.
 

ⓒ김복영

 

ⓒ김복영

 

부뚜막엔 무쇠솥과 양은솥이 나란히 걸렸고 한편엔 석유곤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오랫동안 뭉근하게 끓여야하는 것은 무쇠솥에, 금방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은 곤로의 차지였다. 지금이야 아무리 산간 오지라도 전기가 공급되고 가스가 배달되니 밥은 전기압력밥솥에 맡기고 조리기구는 가스렌지나 전기렌지 인덕션이나 각자 형편대로 주방 살림을 꾸려간다.
 

ⓒ김복영

 

부엌 벽에는 끄스르고 우그러졌지만 윤나게 닦은 크고 작은 알루미늄 냄비 몇 개가 걸려있고 시렁 위엔 박바가지가 얹혀있는 그런 장면은 이젠 이야기로도 되살리기 어려운 먼 옛 풍경이 되어버렸다.
 
* 본 글은 『기록창고』 4호에 수록된 내용이며 E-book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김복영(사진작가)
2020-12-07 오전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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