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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길동무 물새 산새①-원앙

  • 임세권(포토갤러리 유안사랑 대표)
  • 2020-08-24 오후 1: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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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을 따라 출근하고 퇴근한다. 전체 3.5킬로미터 중 2킬로미터가 강변길이니 강변으 로 출퇴근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 도시 한복판을 흐르는 강에는 많은 새들이 강 변의 산책객과 함께 자연을 즐긴다. 철따라 오는 철새는 물론 일년 내내 이곳을 떠나지 않 는 텃새들도 많다.

지난 5년 반 동안 같은 길을 오가면서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 카메라에 담은 새들은 나 같은 초보자의 눈에도 60종이 넘는다. 새에 관심을 두고 촬영을 시작한 후 나는 처음 본 새들의 신기한 모습에 감탄하면서 한편으로는 그 많은 종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 끔 이 아름다운 새들이 둥지를 튼 버들숲이 강변 정리 사업으로 잘려나가기도 해서 안타 까운 적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이제 나의 출근길 벗이라 할 수 있는 예쁜 동무들을 여러분 께 소개하고자 한다.

신록이 우거진 봄날 수컷 원앙이 강변을 노닐고 있다.

▲ 비오는 날 얕은 물가에서 몸을 씻는 수컷 원앙(ⓒ임세권) 

 

첫 번째로 소개할 것은 원앙이다. 강변을 오가면서 원앙을 내 집 앞에서 내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은 엄청난 놀라움이었다. 아니 늘 볼 수 있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는 것 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어느 해 늦은 봄날 아침 가는 비가 뿌리고 있었는데 얕은 인공 수로 한 쪽에서 원앙 한 쌍이 내가 가까이서 보는 것도 아랑곳없이 몸단장을 하고 있 었다. 내가 그렇게 가까이서 원앙을 본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녀석들은 물속에서 날개를 퍼득거리고 부리로 온 몸을 훑어가며 날개를 씻고 있었는데 가늘게 내리는 빗 줄기를 즐기고 있는 듯 했다. 그 날 이후 원앙은 내게 무척 친숙한 길동무가 되었다. 원앙은 수컷과 암컷의 모양이 완벽하게 다르다. 나는 원앙 암컷을 일년이나 보고도 알아보지 못했다. 화려한 깃털의 수컷이 원앙의 모습으로 머리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 다. 또 화려한 수컷 조차도 짝짓기가 끝난 뒤 여름이 오면 그 아름답던 장식 깃이 떨 어져 나가 평범한 회갈색의 암컷과 비슷하게 되니 이들이 같은 새라고 알아보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 여름철 홀로 새끼를 돌보며 살아가는 암컷 원앙(ⓒ임세권) 

대부분의 동물은 수컷이 암컷보다 화려한 외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새들은 암수가 크게 다르지 않다. 안동의 낙동강에 날아드는 철새나 일년 내내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텃새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암수가 완연히 다른 모습을 한 원앙은 매우 특별한 존 재로 보인다. 화려하게 꾸미고 암컷을 유인한 수컷은 그 수려한 외양으로 자손을 번 식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맹금류 등 천적들의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쉽게 죽는다고 한 다. 그러나 그로 인해 풀 속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평범한 모습의 암컷들이 안전하게 새끼를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수컷은 멋진 겉 모습으로 뽐낼만도 하지만 자신의 짝과 새끼를 위해 희생되기도 쉬우니 자연의 섭리는 하나도 우연한 것이 없다.

부부간의 사랑이 각별하다고 소문난 원앙이지만 짝짓기가 끝나면 바로 헤어져 버리 는 매정한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원앙의 환상이 좀 깨지긴 했지만 여전히 원앙 은 가장 아름다운 새로 손꼽기에 아깝지 않다.

* 본 글은 『기록창고』 1호에 수록된 내용이며 E-book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임세권(포토갤러리 유안사랑 대표)
2020-08-24 오후 1:5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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