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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길동무 물새 산새②-흰비오리

  • 임세권(포토갤러리 유안사랑 대표)
  • 2020-08-28 오후 4:17:05
  • 2,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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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을 따라 출근하고 퇴근한다. 전체 3.5킬로미터 중 2킬로미터가 강변길이니 강변으로 출퇴근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이 도시 한복판을 흐르는 강에는 많은 새가 강변의 산책객과 함께 자연을 즐긴다. 철따라 오는 철새는 물론 1년 내내 이 곳을 떠나지 않는 텃새도 많다. 이 아름다운 새들이 둥지를 튼 버들숲이 강변 정리 사업으로 잘려나가기도 해서 안타까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의 출근길 벗이라 할 수 있는 예쁜 동무를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 흰비오리 한 쌍이 강 위를 날아오른다.(ⓒ임세권)

 

깃털이 흰 새들은 우리에게 순결성을 느끼게 해 줌으로써 호감도의 점수를 따고 들어가는데 백로나 큰고니 등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흰색이 돋보이려면 흰색만으로는 효과가 살지 않는다. 흰색을 돋보이게 하려면 그와 대비되는 색이 필요하다. 두루미의 흰 날개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목과 꼬리의 검은 깃털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이처럼 큰 새보다 더 아름답고 예쁜 작은 새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안동을 지나는 낙동강에 겨울이 오는 것을 알려주는 철새로는 물닭이나 청둥오리 비오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들 무리를 바라보다 보면 흰색의 조그만 물새가 간간이 섞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대부분 흰비오리이다. 안동에서 겨울을 나는 흰비오리는 다른 철새에 비해 개체수가 매우 적은 편이라 여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그 존재를 잘 알기 어렵다. 그러나 일단 흰비오리의 정체를 파악하게 되면 그들의 매력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그들의 매력은 단연 흰색의 깃털을 검은 선으로 구획한 멋진 외관이다. 흰비오리라는 이름은 수컷에서 왔다. 수컷은 몸 전체가 흰색을 띄었는데 눈 주위가 까만 점으로 되어 있고 머리는 하늘로 향한 짧은 뿔깃을 하고 있다. 등에 검은 깃이 있는데 등에서 목덜미와 앞가슴 쪽으로 가늘고 검은 선이 내려와 언뜻 보면 검은 줄로 흰 몸체를 묶은 것처럼 보인다. 암컷은 머리에서 몸 전체가 갈색이며 목 아래쪽만 흰색이 있다.

▲ 물가에서 휴식을 취하는 흰비오리 한 쌍(ⓒ임세권)

 

흰비오리 한 쌍이 물위를 나란히 떠가는 것을 보면 흰색과 갈색의 조화, 흰색과 검정색의 완벽한 어울림으로 인해 한 폭의 추상 화가 따로 없다. 또 뿔깃이라고 하는 하늘로 올라간 짧은 머리털은 요즘 청년들이 좋아하는 펑키스타일 그대로다. 혹시 펑키스타 일이 흰비오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 본 글은 『기록창고』 2호에 수록된 내용이며 E-book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임세권(포토갤러리 유안사랑 대표)
2020-08-28 오후 4: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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