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영)
임동 무실 890206
마당가에 버려진 추억의 소리통 탈곡기.
가을걷이가 시작되면 농촌 이곳저곳 울담 넘어 들려오던 그 소리 ‘와롱다롱’.
번성했던 시절은 물에 잠기고 미처 이삿짐에 함께 실려 가지 못한 흔적만 마당을 지키고 있다.
▲(ⓒ김복영)
임동 무실 871216
문간채, 대문간과 마구간 경계에 걸린 소여물통.
소는 한 집안의 큰 재산이었다.
소죽을 쒀 고이 기른 소는 자식들의 대학 등록금 마련과 어려운 집안 살림의 밑천이었다.
홀로 남겨진 여물통은 화창한 마당의 햇빛과 대조돼 그 적막함을 더한다.
▲(ⓒ김복영)
임동 사의 880710
잡초가 우거진 마당에는 뽐뿌(펌프)와 장독이 서 있다.
우물에서 뽐뿌, 뽐뿌에서 수도로 변한 생활.
한데 수돗가에서 빠른 세수를 하던 그 시절의 풍경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김복영)
임동 무실 890811
무너진 지붕 아래 안방을 지키고 있는 장롱.
안채 댓돌도 방문도 사라진 곳에서 버려진 세간 품고 홀로 서있다.
빼다지 안 귀중품은 주인과 함께 떠난 지 오래일 터.
▲(ⓒ김복영)
임동 사의 880710
문살에 기대선 지개와 써레.
이삿짐 트럭에 함께 실리지 못한 농기구는
주인이 떠난 후 비로소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복영)
임동 사의 890219
나무얼개에 가늘게 꼰 새끼줄을 얽어서 만든 이동식 닭장.
어느 야물딱진 솜씨의 촌로가 만들었을 닭장은 쓸쓸하게 흙담벽에 걸려있다.
▲(ⓒ김복영)
임동 무실 890430
박혔다 뽑혔다를 거듭한 못 중에도 복 받은 못은 단 하나.
갈 곳 잃은 단아한 복주머니를 야무지게 차고 있다.
안방 주인의 허리춤에서 설날을 함께 났을 물건이 아니던가.
▲(ⓒ김복영)
임동 사의 900318
시멘트 담장에는 밸크로 운동화와 빈 샴푸통이 꽂혀 있다.
일명 ‘찍찍이’이로 불리던 밸크로 운동화는
프로스펙스, 월드컵, 슈퍼카미트와 함께 동시대를 풍미했던 ‘아티스’다.
세월에 잊혀진 브랜드의 삭고 낡은 운동화는 입을 벌린 채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김복영)
임동 중평 900114
박치기 프로레슬러 김일 선수와 복싱 세계챔피언 장정구,
드라마 ‘여로’가 나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TV가 있는 집 마당에 모였던 동네 사람들.
세월 속에 잊혀지고 버려진 흑백TV가 비스듬히 기대 영화로웠던 지난날을 추억한다
▲(ⓒ김복영)
임동 무실890430
고리짝, 버들고리에는 두툼한 계절옷이 가득하다.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진 이주 마냥, 남아있는 삶의 흔적은 어수선하게 방을 차지하고 있다.
대입실전대비수학, 사전과 빠삐용, 장 크리스토프……
주인 잃은 손때 묻은 책들만 문 아래 고요하다.
▲(ⓒ김복영)
임동 무실 890430
허물어진 집 황량한 곳간,
떨어진 문짝에 부적처럼 남은 ‘름유여속廩有餘粟’
곡식이 넘쳐나는 곳간이란 말이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