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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이야기

  • 백소애(기록창고 편집인)
  • 2022-05-03 오전 10: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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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졸업>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엔 졸업식 풍경 또한 바뀌었다. 외부인 출입 금지는 물론이고 입구에서부 터 방역 소독과 QR체크가 이뤄진다. 소규모이거나 졸업생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학교는 강당에서 거리 두기를 하며 졸업식이 진행되고, 학생 수가 많은 학 교는 반 별로 시간대를 나눠 치러진다. 또 학급 별로 교실에서 혹은 각자의 집에서 온라인 졸업식에 참석 하기도 한다. 입구에는 포토존을 설치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식후 행사에는 마스크를 쓴 아이들이 축 하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연단에 나가 한 명씩 졸업 장을 받을 때면 해당 학생의 사진과 함께 장래희망, 좌우명이 스크린에 소개된다. 

 

   ▲지난 1월 10일 열린 안동용상초등학교 졸업식. 6학년 1반 학생들 이 학사모 퍼포먼스를 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한규석

 

졸업식에 항상 함께 등장하는 건 꽃다발과 졸업 앨범이다. 어버이날, 스승의 날과 함께 졸업식은 꽃집이 반짝 특수를 누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날이기도 하다. 예전 졸업앨범 맨 뒷장에는 학생과 교직원들 의 주소와 연락처가 고스란히 수록돼 있었다. 요즘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때 부록처럼 CD로 제작되기도 했으나 졸업앨범은 세월이 바뀐 디지털시대에도 여전히 책자로 만들어지고 졸업기념 문집을 함께 발간해 졸업생들의 추억을 담기도 한다. 최근에 고학년 학생들은 한 가지 테마를 정해 꾸미는 등 재기발랄한 형태로 만들고 있다.

 

졸업식은 중요한 학교 행사이자 가족 행사였다. 식이 끝나면 중국집으로 가 짜장면을 먹는 연례행사 가 있었다. 안동시내 아서원, 낙원반점, 서울식당, 신선식당이 가족 손님으로 북적였던 때를 지나 이제는 가족은 꽃다발만 전해주고 친구들끼리 맛집에 가는 걸로 끝내는 분위기다. 고등학교 졸업식에는 졸업과 동시에 성인이 되었다는 해방감 때문인지 간혹 밀가루와 계란 투척 등 과격한 뒤풀이 문제로 떠들썩하기도 했다. 이는 졸업식 해프닝쯤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어서 10여 전부터 경찰은 학교 폭력으로 규정하며 단속을 시작했다.

 

 

 ▲한국전쟁 중에 안동교회에서 가진 안동중학교 졸업식. 1951년 7 월 18일 ⓒ권상길

 

 

2년제 전문대학 졸업생들은 마스크 벗은 동기생의 얼굴을 채 익히기도 전에 졸업을 했고 재롱잔치도 못한 채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도 많다. 

 

1951년 6.25전쟁 중에도 안동중학교 학생들은 졸업식을 갖고 기념촬영을 했다. 전쟁으로 안동시내는 폐허가 됐지만 안동교회(당시 안동중앙교회)는 멀쩡했다. 안동중학교도 폭격으로 학교가 부서졌었다. 학생들은 태화산 관왕묘 광감루에서 공부를 하다가 공간이 비좁아 안동교회를 빌려 수업을 했다. 1951년 7월 18일 사진 속 학생들은 늠름해 보인다. 한 반에 60명 정도의 4개 반 학생들인데, 개중에는 전쟁 중 생사를 모르는 친구들도 있고 학도의용군에 지원한 친구들도 있었다고 한다. 4개 반인 동반, 서반, 남반, 죽반으로 구성된 졸업생들이다. ‘북’반 대신 ‘죽’반이 있었던 것은 시대적 상황 때문인지 모르겠다. 

전쟁도 이겨낸 학구열인데 전염병 앞에서는 맥을 못 추는 우리네 일상이다. 

백소애(기록창고 편집인)
2022-05-03 오전 10: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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