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창고

경북기록문화연구원

더불어 사는 삶의 힘
오늘의 기록은 내일의 역사

스토리 아카이브

홈으로 > 스토리 아카이브 > 기록창고
기록창고

출근길의 길동무 물새 산새 ⑪-깝짝도요

  • 임세권(유안사랑대표)
  • 2021-08-25 오후 3:07:15
  • 1,403

낙천보는 작년 여름 큰 홍수 때 떠내려가고 지금 다리와 보의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그로 인해 요즘 낙천보에서는 그동안 수없이 많이 만났던 철새와 텃새를 통 볼 수 없다.

출근길이 재미없어진 지 오래 되었다.

그래도 이전에 자주 보았던 새 하나를 소개한다.

 

  ▲ 깝짝도요 한 쌍(ⓒ임세권)          

 

내가 도요새라는 새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은 가수 정광태가 부른 ‘도요새의 비밀’이라는 노래 가사 때문이다. 노래에 나오는 도요새는 ‘그 몸은 비록 작지만 가장 멀리 나는 새, 가장 높이 꿈꾸는 새’로 등장한다. ‘저 목타는 사막을 지나서 저 끝없는 광야를 날아서’ 같은 가사로 인해 나는 도요새가 꽤 큰 새일 거라고 생각했고 구름 위까지 날아올라 엄청난 거리를 날아 가는 새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깝짝도요는 시베리아 동부에서 동남아시아까지 왕복을 한다고 하며 그 길 도중에 여름철에 한반도를 지난다고 한다.

 

그런데 낙천보에서 만나는 깝짝도요는 그리 대단한 새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저 작고 예쁘고 귀여운, 출근길에 내 앞에서 쫑쫑거리며 뛰어다니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은 그런 새였다. 하긴 도요새를 검색해보니 수십 가지의 새 이름이 나왔다. 그러니 노래 속의 도요새가 깝짝도요와는 많이 다른 새일지도 모른다.

 

 ▲ 서 있을 때는 꼬리의 세련된 무늬를 볼 수 없다. 흰색 깃털 끝에 갈색 점 무늬가 자태를 돋보이게 한다. (ⓒ임세권)     

 

낙천보에서 여름에 자주 만나는 새 중에서 늘 나를 웃게 만들어준 깝짝도요가 있다. 이 새는 짧은 꽁지 를 까딱까딱 하면서 가늘고 긴 부리를 강바닥에 콕콕 찍으며 뛰어다닌다. 이름 앞에 붙은 ‘깝짝’이란 말은 아마도 까딱까딱하는 모양새 때문일 것이다.

몸길이 겨우 20센티미터나 될까 말까한 깝짝도요는 머리의 상반부와 등 그리고 날개는 부드러운 갈색이고 얼굴에서 턱밑 또 가슴과 배는 모두 흰색이다. 거기에 새카맣게 반짝이는 눈이 새의 자태를 매우 깔끔하고 세련되게 보이도록 한다.

 

    ▲ 원앙과 함게 노는 깝짝도요 (ⓒ임세권) 

 

도요새는 중국 고사에 나오는 어부지리漁父之利 이야기에 나오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중국의 『전국책』이라는 역사책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강에 사는 조개 하나가 햇볕을 쪼이기 위해 물에서 나와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때 도요새 한 마리가 조 개의 살을 먹으려고 부리로 쪼았다. 조개는 단단한 껍질을 닫아 도요새의 부리를 물어버렸다. 도요새가 말했다. “오늘도 내일도 비가 오지 않으면 너는 말라 죽을 것이다.” 그러자 조개가 말했다. “오늘도 내일도 내 살을 물고 있는 너의 주둥이를 풀지 않으면 너는 굶어죽고 말 것이다.” 둘은 서로 입을 다물고 풀지 않았다. 이때 어부 한 사람이 그것을 보고 조개와 도요새를 모두 잡아 갔다고 한다. 전국시대의 조나라가 이웃 연나라에 기근이 들자 그 틈을 타 공격하려 했다. 연나라는 ‘우리 두 나라가 전 쟁을 벌이다가는 두 나라 모두 진나라에 먹힐 것’이라 고 설득했다. 그때 한 이야기가 바로 이 어부지리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 속의 도요 역시 어떤 도요인지 알 수 없다. 깝짝도요를 보니 어부지리가 생각나 소개한 것이다.

임세권(유안사랑대표)
2021-08-25 오후 3:07:15
210.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