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4일 자정 무렵. 안동호(湖) 주변엔 억수 같은 폭우가 쏟아집니다. 호수 수위가 점점 차오릅니다. 댐이 축조된 곳에서 8km 떨어진 호계섬 인근 ‘쇠제비섬’도 세수대야처럼 작아집니다. 쇠제비갈매기 어미는 새끼 보호를 포기한 채 상공으로 날아오릅니다. 아직 날지 못하는 새끼들은 섬 꼭대기로 옹기종기 모여듭니다. 섬이 바가지만해지자 새끼들이 어쩔 줄 몰라 당황스런 모습입니다.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섬 영역을 서로 많이 차지하려고 싸우던 이들이었습니다. 이윽고 물이 새끼들 발목까지 찹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습니다. 새끼들은 서로 얼굴을 빤히 쳐다보더니 일렁거리는 파고를 헤치고 뭍으로, 뭍으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헤엄치기 시작합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로 가는 거겠지요. 어미는 상공에서 ‘삐삑, 삐비삑~’ 연신 소리를 지릅니다. 아마 새끼들에게 용기를 주는 소리일겁니다. 섬에서 육지와의 거리는 400m. 천신만고 끝에 육지에 도착한 일부 새끼는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릅니다. ‘저 여기 있어요’ 라며 엄마를 부르는 소리는 간절합니다. 어미가 먹이를 먹여주는 등 다시 케어를 시작합니다. 칠흑 같이 어두운 밤, 폭우와 사투를 벌인 안동호 쇠제비갈매기들의 생명력은 그렇게 이어졌습니다.